비대칭전력 핵무기가 국제정치에서 갖는 의의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사건을 꼽으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다양한 사건들이 있겠지만 핵무기의 등장이 크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핵무기는 가지는 것 자체로 전쟁 억지력을 가질 수 있으며 약자가 강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입니다.

핵무기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핵반응(핵분열 및 핵융합)에 의해 발생하는 폭발 에너지를 대량파괴 공격이나 억제 등의 군사목적에 사용하는 무기를 핵무기라고 합니다. 

핵탄두의 운반수단(미사일이나 폭격기)도 포함하여 핵무기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핵무기는 언제, 어떻게, 왜 개발됐을까요?

때는 1939년, 2차세계대전이 한창일때였습니다. 나치 독일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유수한 유럽의 과학자들이 미국으로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그 과학자들은 나치독일이 인류사에 전례가 없는 끔찍한 무기, 원자폭탄 개발에 몰두하고있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습니다. 나치독일이 원자폭탄을 선점하여 개발할 경우 전쟁의 신은 나치독일에게 웃어줄것이 너무나도 분명했습니다 . 

이를 우려한 헝가리출신의 과학자 실라르드 레오와 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와 유진 위그너가 미대통령 루즈벨트에게 핵무기개발을 건의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비밀리에 전송합니다. 재미있게도 이 편지에 서명을 한 자는 바로 아이슈타인입니다. 

만약 이 편지가 쓰여지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세계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들이 루스벨트에게 보낸 편지 사본>

그로부터 약 두 달 후, 백악관으로부터 답장이 도착 하였습니다. 편지는 그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극비리에 핵무기개발에 착수 하겠다는 루스벨트의 의지와 감사의 말을 담고있었습니다. 

<루스벨트의 답장 사본>

이리하여 인류사를 뒤바꿀 희대의 무기개발이 '맨하튼계획'이라는 이름 하에 시작됩니다. 약 2조 5000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정부의 지원하에 미국은 1945년 미국 뉴멕시코에서 최초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칩니다. 이 기념비적인 실험은, 실험에 사용된 핵무기의 이름인 '트리니티(Trinity)'에서 고안하여 트리니티 실험이라고 불립니다. 이 날 뉴멕시코를 뒤덮은 섬광이 세계사에 전례없는 이변을 가져올 빛이란걸 누가 알았을까요?

<세계 최초 핵폭발 0.016초 후 사진>

이 핵무기는 일본의 나가사키, 히로시마에서 위용을 떨친뒤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된적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핵무기의 특수성에 대해 얘기해볼 것 입니다. 핵무기는 왜 특별하고 다른 무기들과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핵무기의 특수성, 상호확증파괴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우리는 강대국 간의 전면전을 목격한 적이 없습니다. 수 십년이 흐른 지금 그간 왜 강대국 간 전쟁이 없었을까요? 이는 핵무기 때문입니다. 이 악명높은 무기가 인류평화에 기여한다니 무슨 소리인가 의구심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핵무기의 특수성은 무엇보다 강력한 살상력입니다. 몇개의 소형폭탄만 가지고 한 국가 전체를 초토화 시킬 수 있습니다. 2차대전이 끝나자 마자 강대국들은 미국이 개발했던 핵개발에 뛰어듭니다. 당시 미국의 유일한 적수였던 소련을 선두로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였던 것은 적국이 먼저 선제타격을 한다면 자국 핵시설들은 초토화 될 것이고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그런 연유에서 등장했던 것이 바로 '핵보복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입니다. 국내에선 제2격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군사개념은 1950년~1960년대 냉전당시 미국의 'RAND Corporation' 이라는 국가전략 씽크탱크를 비롯하여 많은 전략가들에게서 창안되었는데, 적국으로부터 핵선제타격을 당한 뒤에도 적국에 핵보복을 가할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핵보복능력을 갖추기위하여 미국,소련을 비롯한 핵무기 보유국들은 강화, 휴대화, 다양화, 그리고 전파라는 다양한 방법을 택하였습니다. 

강화 - 핵탄두를 강화하거나 핵탄두의 보호를 강화.

휴대화 -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핵미사일 (SLBM), 핵폭격기 와 같은 것.

전파 - 핵기지와 발사대들을 자국 영토 곳곳에 분산배치.

<상호확증파괴에 관한 사진>

미국과 소련이 핵선제공격능력과 핵보복능력을 갖춤으로써 상호확증파괴가 성립됩니다.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란 적국이 핵공격을 감행했을때, 핵보복을 통하여 적국을 보복시킨다는 핵전략입니다. 

이 핵무기가 갖는 파괴력에서 기인한 상호확증파괴는 전례없는 평화를 가져옵니다. 

사상 최악의 무기가 사상 최장의 평화를 보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제정치의 판도를 바꾼 핵무기의 역설입니다. 저명한 정치학자 케네스 왈츠는 핵보유국이 많아질수록 세계는 역설적으로 더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SMLB>

전략핵잠수함은 해저에서 활동하고 장거리를 운행할수있어 추적과 파괴가 힘듭니다. 상호확증파괴전략의 필수요소입니다.

<경보즉시발사 시스템>

미사일발사가 감지되면 즉시 핵보복을 가하는 것 입니다. 상대가 발사한 미사일이 핵미사일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지상에서 폭발한뒤에나 알수있는 노릇이여서, 적국의 미사일발사가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핵타격을 실행하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또 다른 역설은 사드와 같은 미사일방어체계가 오히려 평화를 위협합니다.

미사일방어체제가 평화를 위협하는 원리는 간단 합니다. 평화는 상호확증파괴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 됩니다. 상호확증파괴는 제2격능력 혹은 핵보복능력에 의해 보장됩니다. 미사일방어체계는 이 핵보복능력을 무력화시키는 룰브레이커 입니다. 미사일방어체계가 핵균형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평화를 위협하게 되는 것 입니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도 미-중의 핵균형을 잠재적으로 무너뜨리는 존재이기에 중국의 과한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현재 우리는 유례없는 평화의 시대를 살고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미-소의 냉전은 이 핵무기의 존재 덕분에 한 건의 무력충돌 없이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핵우산의 한계입니다. 지구상 대부분 국가들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우방국의 핵전력에 기대고 있습니다. 우방국의 핵억지력으로 하여금 적국의 핵위협을 억제한다는 이 핵우산은 찢어져버린지 오래이다. 프랑스가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버릴수 있느냐'라는 말을 남기고 핵개발을 하였는데 결국 아무리 긴밀한 관계의 우방국일지라도 자국의 이익이 먼저일 수 밖에 없는 것 입니다.

두 번째 한계는 핵보복능력의 부재입니다. UN안보리 영구 상임이사국이자, 핵확산금지조약이 공인하는 핵보유국가들은 모두 핵선제타격능력과 핵보복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말로 하면 그들 사이에는 상호확증파괴가 성립하므로, 평화가 유지된다는것 입니다. 하지만 핵선제타격능력만 갖추고있지, 보복력은 갖추고있지않는 핵국가들이 존재합니다.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등이 대표적입니다. 

세번째 한계는 핵확산에 따라 증가하는 위험입니다. 핵무기를 제어하는것은 결국 인간입니다. 인간의 불완전함에서 기인될 수 있는 사고를 무시할수없는 노릇입니다. 만약 테러집단에 의한 핵무기의 탈취나 핵개발도 대두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직시한 핵문제에 대해 논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미상호방호조약에 의하여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는 상태이지만, 찢어진 우산에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거는 것은 무모한 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반도의 핵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카드를 낼 수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자체핵무장입니다. 국가위기상태의 경우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해도 좋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원자력협정을 비롯한 다양한 족쇄들이 우리를 얽매고 있기에 자체핵무장은 현실과는 동떨어지는 카드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의 핵무기를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는 것 입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주변국들의 만만치 않은 반발이 예상되는 움직임 입니다. 하지만, 세종연구원의 홍현익 수석연구원이 주장하는 바 처럼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주한미군에 배치된 핵을 철수하겠다' 라는 조건부배치는 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한반도가 북한의 도발에 적극적 대응을 못하는 것은 핵균형의 부재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핵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한국 본토에도 핵을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 입니다.